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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T vs F

devBB 2026. 1.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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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MBTI라는 자기 주도형 심리검사가 있다. 개인적으로 혈액형, 별자리 등으로 성격을 알아낸다는 유사 과학은 정말 싫어하지만 MBTI는 ① 비교적 세부적인 유형으로 나뉜다는 점(16가지), ②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③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 시 큰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에 나름 잘 사용해오고 있다.

 나는 모든 항목이 80~90%대인 대문자 ISTJ인데, 오랜 시간 사회 속에서 F 학습을 당해서 그런지 나름 F인 척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본인이 T라고 말했을 때 전혀 T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놀라는 사람이 꽤 많이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사회화가 된 대문자 T가 100% T로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긴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억나는 사례는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초행길 운전 중 깊게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논쟁(w/ 아내)을 할 때였고, 두 번째는 3개월 아기가 새벽 2시에 코가 막혀서 울면서 깼을 때였다. 위 사례와 같은 매우 긴박한 상황이 되면 뇌가 100% 문제 해결 모드로 돌변하는 느낌이 들고, 동시에 감정적인 케어 등의 사회적 F로서의 기술은 사라지면서 효율적인 해결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해결을 추구했을 때 과연 문제가 잘 해결되었는가?라고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사고 없이 목적지에 제때 도달할 수 있었으며 말도 나름 주고 받았지만 어딘가 상처주는 말을 했던 것 같고, 두 번째의 경우는 코딱지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중간 중간 진정시키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 종료 후에도 아기가 너무 울어서 진정시키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문제를 효율적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이 과연 진정 효율적인 해결책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만약 혼자서만 일을 하거나 완전히 똑같은 성향의 사람과 일을 한다면 그 방식이 맞을 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한 본인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안정을 챙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관점, 즉 해당 문제 하나만 생각한다면 관점에 따라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아주 조금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다보면(사실 해당 문제만 생각해도) 이러한 방식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예전부터 다양한 F들이 T에게 공감을 못 한다느니 감수성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에 잔뜩 긁히면서 매번 열심히 반박하거나 무시해왔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들이 했던 말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대문자 T인 나로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상당히 신기했고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돌이켜보니 만약 나 혼자 살았다면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밑바탕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인 남편이자 아빠로서 모녀에게 부족한 부분이 많을 텐데, 오늘 일기에 적은 내용을 잘 되새기면서 감정적인 보살핌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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